겨울에 감수성훈련을 가게 되어서 내심 기대반 걱정반이었는데..
계룡산이라 하기에 왠지 산신령을 만날것 같은 꿈도 꾸어보고...
하지만 첫날 출발부터 경부고속도로가 심술을 얼마나 내던지...
가면서 여유있는 점심을 먹겠다는 꿈도 접게 만들고...
세시간을 한번 쉬지도 못하고 꼬박달려 겨우겨우 동학유스텔에 두시에 도착...
이론이론 ... 우리만 늦은게 아니구나...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굶지는 말라는 계룡산의 계시를 받들어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드디어 본격적인 감수성 훈련이 시작되고...
아뿔싸... 모르는 사람과 첫 대면을 하게 되었는데...
어색함.... 당황함... 서먹함... 난감함... 등등등
근데 오가는 대화 사이에 빨리 상대를 알게되고...
아항... 이런거구나...
강제적으로 서로를 알게 만들어 내가 숨으려해도 숨을 수 없다는 걸 알게 해주고
그로 인하여 나도 오픈... 너도 오픈... 우리 모두 오픈...
이러니 나를 꺼내 남 앞에 세울 수 밖에..

즉석에서 만들어진 한편의 드라마는 벌써 맘이 통하고 있다는 알게 해주고...
이왕 열린 마음... 열과 성을 다해 한편의 드라마를 속성으로 대본쓰고... 연출하고... 공연하고... 스스로 장하다고 느끼고...

마음이 통하니 몸도 통하리라...
사전 안무연습도 없이 그냥 막춤으로 팀웍을 다지는 한판의 춤사위가 끝나고 나니...
맥주한잔... 막걸리 한잔... 소주 한잔에 12시가 훌쩍넘은 밤은 깊어만 가고...

계룡산이라 하여 산속에 들어앉자 고요와 바람과 어둠과 추위와 나를 동화시켜 볼 심산과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남에게 의지해서 올라가는 산행길이 내가 의지가 되어주는것 보다는 한결 쉬운것이라는 걸 새삼 몸으로 체득하고...

아쉬운 감수성 훈련을 마치고 맛난 점심을 먹고 다시 서울로...
맘이 가벼워서인지 서울가는 차는 생각보다 막히지는 않고...

20명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왔었기에 모두다 가까워 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 만났을때의 어색함.... 당황함... 서먹함... 난감함이
짧은 시간에 조금이나마 덜 어색....덜 당황... 덜 서먹... 덜 난감해질 수 있음을 직접 느끼고 나니 역시 사람은 만남으로 자란다는 말이 다시한번 뇌리를 스쳐가네요...

이번 감수성 훈련 같이 다녀오신분들 언제나 행복하시구요...
다음에 또 만나요.... 즐거운 설 보네세요.... ^^